[톱스타 성공 키워드]개그맨 김·구·라 - 누적조회 152 : 오늘조회 1 : 어제조회 1
Society/Column
2008/11/06 19:49
[톱스타 성공 키워드]개그맨 김·구·라

고품격(!) 개그 기대해도 되나요
5~6년 전 자신의 사진이 박혀 있는 명함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하고 다녔던 김구라의 인상은 독설과는 딴판이었다. <남미영 제공>
이 세상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한 방법으로 ‘비난’을 선택했다던 김구라. 누군가는 김구라야말로 ‘이 시대 욕설과 사죄의 진정한 아이콘’이라며 지지했지만, 시원함을 느끼기 전에 남의 생채기에 소금 뿌리는 몹쓸 화법에 어쩌다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됐는지 씁쓸함을 느낀다. 필자는 오랜 세월, 말을 직업으로 대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면서 가장 먼저 보는 게 말이요, ‘말은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게다가 직접 내뱉는 어휘뿐 아니라 대화할 때 그 사람이 지닌 무언의 태도까지 낱낱이 관찰하는 희한한 직업병이 있어서인지 김구라의 말만큼은 유머의 화술로 웃어넘기기에 불쾌하고 언짢은 여운이 있었다.
한동안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는 김구라의 굴욕 시리즈가 인기였다지만, 내가 신애였다면, 내가 이효리였다면, 내가 문희준이었다면! 비록 사람들에게 옹졸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김구라를 이해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용서는 할지 몰라도 이해 못할 유형. 사과 방송에서조차 텍스트화할 수 없던 그 시절의 독설, 아니 독설이라는 우아한 표현보다 욕설에 가까운 행동이 그저 “먹고살기 위해 그랬어요”라고 용서를 빌기에는 과하지 않았나. 그의 과거는 일종의, 넘어서는 안 될 인격 살인, 언어 성추행이었다.
시원한 대리만족, 하지만 수위를 지켰을 때만 한때 그의 독설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배출구였다. 마이너 취향 내지는 아웃사이더의 통로랄까. 동네 당구장에서 담배 한 모금 피우며, 이 사람 저 사람 뒷담화하는 걸 방송으로 옮겨놓으니 분명, 색다른 맛도 있었다. 억울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방송에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던 시절, 안톤 오노나 정치인들에 대해서 신나게 씹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기고 통쾌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공의 적’을 난도질할 때는 후련했다. 이런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가 좋았다. 화장실 낙서보다 더한 욕설을 특정 연예인에게 퍼붓기 시작할 때는 웃음은 사라지고, 당황스러움만 남았다. 다행히 ‘공중파’라는 필터를 만나서야 조금 점잖아졌지만, 공중파 이전의 김구라를 익히 지켜보고 오던지라, 모니터에 김구라만 나오면 혼자서 가슴이 콩당콩당 뛸 지경이 되었다. 무명의 김구라를 지켜보던 마음은 종횡무진하는 ‘악플러’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치부하며 외면하기엔 사람들이 김구라에게 느끼는 후련함이 예상보다 컸다. 남 시원하게 하자고, 희생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툭툭 던지는 김구라의 질문에, 동료들의 얼굴이 표정 관리가 안 되어 붉으락푸르락 해지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함께 출연한 동료가 행여 언론에 퍼질까 봐 노심초사하던 열애 사실도 폭로하고, 숨기고 싶은 과거도 사전 예고 없이 터뜨리는 괴력의 사나이. 폄훼 발언으로 일단 주목부터 끌고보는 남자.
기회 낚는 민첩함, 상황 밀고 당기는 순발력 아직도 5~6년 전, 그가 직접 제작했을 법한 명함이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 명함 한 켠에 자신의 사진을 떡하니 인쇄해놓고,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하던 김구라의 인상은 그가 퍼부어온 독설과는 딴판이었다. “거기 두고 가세요” “예, 잘 부탁합니다”가 당시 대화의 끝이었던 것 같다. 마치 열심히 구두 닦고, 열심히 옷을 다리고, 열심히 노동을 해온 사람이 미래를 향해 던지는 포부 같았다. 그로부터 5년 후, 그는 잘나가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간판 MC가 되고 소위 ‘돈이 되는 프로그램’만 9개 가까이 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남을 씹었다는 그는 씹는 이미지를 활용해 세상을 씹으라는 콘셉트의 ‘육포’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시하기도 했다. 아들 동현이와 제태크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신나게 언어 공습을 하다가 시청자들이 화가 나면 금새 화해 모드로 돌아서는 적절한 타이밍까지. 평소 몸 관리를 전지현만큼 한다는 그답게, 언제나 분석적이고 그 결과는 언제나 정확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그는 몸값 비싼 톱스타 못지않은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MC 중 1인이 되었다. 자기 절제나 자기 관리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민첩함, 바로 김구라를 톱스타로 만든 저력이 아니었을까.
화면 밖에서 오히려 신사적이라는 평가 그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은 있었다. 그를 향한 남다른 평가도 있었다. 그와 함께 주말 예능프로그램 <라인업>을 했던 후배 작가에게 “김구라가 얼마나 신사적인데”라는 말을 들었다. 김구라야말로 깔끔한 미국식 스타일이라며, 그가 지닌 의외의 매너를 알면 사람이 달라 보일 거라고 했다.
방송 현장에서는 난도질을 해도, 끝나면 누구보다 따뜻하게 포옹하는 김구라. 녹화가 끝나면 스태프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오렌지 주스라도 하나 쥐어주며 수고했다고 어깨를 툭툭 치는 모습이 화면 속 김구라와 조금 다른 이미지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어려워하는 이경규와 회식시간에 “형님!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라고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 대선배에서 톱스타까지, 아니 대통령까지. 과연 김구라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있을까? 있다, 바로 방송국 피디다. 오랜 친분을 나눈 피디가 의리 하나로 프로그램을 부탁하면,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도 오케이하는 모습도 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김구라가 선택한 생존의 지혜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무명시절 고생하던 피디를 잊지 않고 챙기는 순박함도 있는것이다.
정말 중요한 ‘갑’은 바로 시청자! 지금까진 웃어넘길지라도, 그가 속시원함을 넘어 수위 높은 폄훼 발언을 계속한다면 시청자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뿔이 날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재미있고, 웃긴 정도에서 그쳐준다면,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제 살 깎아먹기 줄다리기를 자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 동현이와 함께 방송을 하고 있지만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개그 소재로만 삼아준다면 참 좋겠다. 공공연하지만 서로 지켜야 하는 일종의 ‘상도’는 지키되, 게스트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는 여유. ‘남을 밟아야 성공한다’는 몹쓸 시장 논리가 맞다고 증명해보이는 게 아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오랜 속담이 더 맞다는 걸 믿고 싶다.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차원이 아니라 표정이 온유하고 선한 기운이 넘치는 분이 있다. 달리 비법은 없고 아침마다 늘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오늘 하루도 부끄럽지 않게 하루를 살도록 해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게 유일한 비법이란다. 적어도 시청자 입장에서, 김구라의 얼굴이 밝아 보이거나 환해 보인 적이 없다는 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에게서 웃음을 위해 치부를 파고들지 않아도 되는 개그, 상대가 싫다고 할 때 더 이상 캐묻지 않는 개그, 듣는 이도 하는 이도 부끄럽지 않는 고품격 개그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남미영 방송작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