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지금 노 전 대통령으로 착각하시는 거에요?

[칼럼] 라디오로 노변대화할 시간 있으면 경제나 살리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 달에 한두 차례 매회 15분 정도씩 '노변담화' 형식으로 국민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하는데,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그 이유가 황당하다.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됐다나?

말문이 탁 막히고 어지럼증이 도진다. 농담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 무슨 망발인가. "가진 X이 더 한다"더니, 정말이지 이건 해도 너무 했다. 신문시장의 8할 이상을 장악한 보수언론들이 MB를 위해 '숙야분려'하고 있고, 방송과 통신마저 MB낙하산부대를 투입해 거의 접수한 마당에, 정신이 가출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다면 또 모르겠다. 인터넷에 회자된 '다음날 조중동은' 시리즈에서 알 수 있듯이, 주위에 온통 적들 뿐이어서 그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도 못했으니까. 행여 노 전 대통령이 한 마디라도 할라치면 소위 '비판언론'이라는 조중동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본질을 질식시키고 지엽말단을 부풀리는 식으로 의미를 왜곡.날조하는 장면을 지난 세월 수도 없이 목도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 인터넷에 회자된 ‘다음날 조중동은’ 시리즈의 한 장면    


거기에 비하면 이 대통령의 언론환경은 천국이 따로 없다. 비판은 커녕 '빨아주기'에만 급급한 언론들이 주변에 즐비한데 무슨 걱정인가. 눈이 있으면 보라. '저널리즘'은 간 데 없고 대신 19세 미만 관람불가의 저급한 '애널리즘'이 밤낮없이 판치는 세상이다. 더 이상 어쩌자는 건가. 반대 목소리 하나 없이 모든 언론이 수령님의 지시에 일제히 부복하고 찬양하는 북한처럼 돼야 만족할 참인가.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을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MB 프렌들리'를 천명한 언론들이 들으면 하늘이 무너질 소리다. 있는 욕 없는 욕 다 받아 먹어가면서도 오로지 MB 정권의 성공을 위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이제껏 달려 온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MB가 알고 국민이 다 아는데, 칭찬은 못해 줄 망정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정직하게 말하자. 이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면, 그건 '스피커 언론'이 적어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 자신이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동일한 정책을 두고도 당국자마다 말이 다르고, 언론 통해 슬쩍 간을 보다가 반응이 신통찮으면 금세 '오해' 크리를 작동시키질 않나, 말로는 앞으로 가자 하면서 실상은 뒤로 가는 짓을 자행하는데 헷갈리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 문한별 편집위원    

이 대통령에게 삼가 고언한다. '노변담화' 한다고 해서 국민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거라 그리 생각하다면 큰 오산이다. 착각하지 마시라. 소통은 일방통행식 말장난으로 되는 게 아니다. 왜 사서 욕을 먹으려 하는가.

그렇잖아도 일부언론의 세뇌에 지치고 앵무새방송에 질릴 대로 질린 국민들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는 라디오마저 '오염'시킬 작정인가. 제발 국민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시라. 구겨진 휴지처럼 땅바닥에 나뒹구는 나라경제가 눈에 뵈지도 않은가. 그 앞에서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는 서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문한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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