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서열 따지기 좋아하는 환경에서 ‘동갑’이라는 단어가 주는 동질감은 꽤 크다. 여기에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뭔가 공감대가 있으면 친밀함의 강도는 더 깊어진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로 나란히 SBS 공채 개그맨이 된 두 사람은 정말 남다른 인연이다. 아니나 다를까. 알고 보니 요즘도 틈만 나면 폭탄주 돌리고, 친구 결혼한다고 형수 카드 훔쳐 세탁기까지 사주는 화끈한 사이였다.
모범생 반장 vs 뒷자리 날라리
상렬 이래 봬도 구라는 반장이고 우리랑 노는 물이 달랐어요. 나는 맨 뒷줄에 앉아서 떠들고 노는 스타일이니까 아무래도 과가 좀 달랐죠. 남 괴롭히거나 말썽 부리는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반장이랑 친할 일은 없잖아요. 딱 봐도 스타일이 그렇지 않아요? 하하.
구라 나도 모범생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공부에 좀 신경을 썼고 이 녀석은 노는 친구들이 달랐어요. 학교에서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거든요. 교복 특이하게 입고 선생님 몰래 머리에 뭐 바르는 애들 있잖아요. 아, 그렇다고 얘가 공부에 신경을 안 썼다는 건 아니에요. 잘했다는 말은 못하지만. 헤헤헤.
김구라가 기억하는 지상렬은 놀기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시절 단어로 표현하면 ‘날라리’다. 염경환과는 3학년 때 친해졌고 개그맨 시험도 같이 봤지만 지상렬과는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상렬 나는 이 녀석이 개그맨 할 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했어요. 경환이는 좀 매치가 되는데 구라는 이런 쪽이랑 정말 거리가 멀어 보였거든요. 열심히 공부만 할 줄 알았죠. 남들보다 언어 구사 능력이 좀 뛰어나 보이긴 했는데 그냥 반장이라 똑똑하구나 생각했고요.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졸업 후 김구라가 먼저 개그맨이 되고 나서다. 사람들은 ‘클놈’ 지상렬이 먼저 데뷔했다고 생각하지만 김구라가 SBS 공채 2기, 지상렬은 5기다. 군기 세기로 유명한 개그계에서는 큰 차이다.
구라 졸업 후에도 우연히 길에서 만난 것이 전부일 만큼 서로 모르고 지냈어요. 그러다 내가 개그맨 되니까 전화가 왔어요. 나도 하고 싶은데 좀 도와 달라고. 만나서 이것저것 챙겨 줬는데 이 녀석이 두 번이나 떨어지고 결국 5기로 합격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친해졌어요. 내가 대선배니까 좀 챙겨 준 거죠.
상렬 개그맨이 아무리 군기 세다지만 같은 반 친구끼리 기수를 왜 따져요. 인천 바닥에서 같이 성장한 추억이 있는데 선배 대접 받으려고 하면 안 되죠. 게다가 이 친구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하하, 안 그래 구라야?
데뷔는 김구라가 앞섰지만 유명세는 지상렬이 ‘클놈’을 결성하면서 먼저 얻었다.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5년 넘게 무명 설움을 겪었고 그 와중에 1998년에는 1년 내내 수입이 ‘0원’이었다. 친구들이 부럽고 가끔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들 제 몫을 해내고 있어 흐뭇하다.
구라 친구들은 유명해지는데 혼자 헤매고 있으니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결혼도 했는데 돈은 못 벌죠. 부모님이 준 전세금 빼서 생활비 충당하고 월세로 옮겨 다니며 살았거든요. TV 나오는 애들 보면 막 부럽고 스스로 한심해 보이고 그랬는데 이제 든든하고 좋네요.
거침없는 독설가 vs 재주꾼 만담가
상렬 우리는 코미디보다 쇼 프로에 더 많이 나오잖아요. 경쟁자들은 개그맨이 아니라 인물만으로도 먹고 살 만한 꽃미남들이죠. 그 사이에 정말 외롭게 떨어져 있는 거예요. 악조건에서 힘겹게 성장한 ‘인간극장’ 스토리죠. 그래도 실물이 화면보다는 괜찮아요.
김구라도 농담 한마디 거든다. 칭찬인지 장난인지 구별하기 힘든 가벼운 잽이다. 여기에 지지 않고 지상렬도 바로 되받아치는 걸 보니 역시 입심은 막상막하다.
구라 사람들이 상렬이 외모만 보고 ‘쟤 뭐냐, 이상하다’ 그러잖아요. 아주 거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 보면 안 그러거든요. 사람이 공손하고 착해요. 그 얘기 모르세요? 상렬이가 드라마 할 때 방송국 간부들이 ‘보기보다 상태가 좋네’라면서 신기해 했대요. 겉으로만 비호감이지 천성은 괜찮아요.
상렬 구라가 사람 볼 줄 아네요. 정 그렇다면 저도 칭찬 하나 할게요. 나는 세상에서 얍삽한 사람이 제일 싫거든요. 그런 사람 정말 질색이에요. 그런데 구라는 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인터넷 방송에서 욕하고 그러니까 안티도 많았는데, 가까이서 보면 사람이 기본이 됐어요. 오늘 봐요. 얼마나 예의 바르고 친절해요. 놀랍지 않아요?
두 사람 모두 라디오와 TV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라 개인적으로 만날 시간은 거의 없단다. 그나마 최근 tvN 채널 시사 버라이어티 ‘도와주십쇼’를 함께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고정적으로 얼굴을 본다. 막강한 애드리브 능력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 MC로 모였으니 촬영할 때마다 활기가 넘친다. 가끔 대본에 ‘알아서 웃기기’, 심지어 ‘애드리브’ 이렇게 써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재기발랄하면서 망가질 때 확실히 망가지는 지상렬식 유머, ‘오버’와 ‘솔직’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김구라식 유머가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두 사람 모두 정통 스타일 MC는 아니어서 주거니 받거니 호흡도 잘 맞는다.
시간이 나면 가끔 소주 잔 기울이며 세상 사는 얘기도 나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술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끼기 힘들다는 것. 왜 어려운지는 이들과 한번 술을 마셔 보면 알 수 있다.
상렬 구라가 나랑 먹으니까 티가 잘 안 나는데 주량이 제법 쓸 만해요. 인터넷 보니까 제가 말술이라고 소문이 다 났던데 사실 인간 지상렬한테 술로 1:1 도전하면 그건 사망이라고 봐야죠. 살아남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하지만 구라는 대작이 되죠.
구라 보통 사람이 상렬이랑 마시려면 10:1로 붙어서 10분 만에 소맥 폭탄주 10잔은 먹이고 시작해야 돼요. 그래야 뭔가 페이스가 좀 맞죠. 우리는 주량이 좀 비슷한데 아무래도 내가 더 잘 마시는 거 아닌가 싶어요. 나는 바쁘거나 몸에서 안 받으면 그냥 안 먹는데 상렬이는 꾸역꾸역 끝장을 볼 때까지 마시거든요. 몸 생각 안 하고 먹으면 나도 가능해요.
불량 아빠 vs 애인 없는 노총각
곰곰이 관찰해 보면 두 사람은 언뜻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한 명이 이미 ‘동현이 아빠’에 학부형인데 다른 친구는 아직 싱글이라는 사실. 이들은 결혼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상렬이 무명 개그맨 시절, 먼저 결혼하는 김구라에게 선물 해주려고 형수 카드 훔쳐 세탁기를 사준 것. ‘기브 앤드 테이크’ 정신에 입각해 제대로 돌려받을 차례인데 아직은 연애 상대가 없다.
상렬 아들이랑 TV 나와서 아빠 소리 듣는 모습 보면 정말 부러워요. 마흔이 다 됐는데 그게 안 부럽다면 거짓말이죠. 요즘 결혼 생각을 많이 하는데 여자가 없으니 뭐 어쩔 수 없죠. 구라가 누구 소개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구라 동현이가 벌써 11살인데, 상렬이는 지금 결혼해서 바로 애 낳아도 마흔이잖아요. 환갑 넘어도 애가 스무 살인데, 정말 빨리 장가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는 총각이 부러웠는데 요즘은 또 안 그러네요.
불혹 앞둔 노총각 지상렬의 이상형은 ‘의리 있는 여자’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의리가 최우선이라고 믿기 때문. 마음에 맞는 연인이 나타나면 당연히 결혼 준비를 하겠지만 아직은 절실하지 않단다. “아무리 급해도 여자를 납치할 수는 없으니까 인연이 나타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상렬 주위에서는 빨리 장가가라고 하는데 막상 여자친구 생기면 ‘대단하네요. 어느 복지관에서 나오셨을까’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하하. 날 데려가는 여자라면 테레사 수녀님 같은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나도 알고 보면 괜찮은 남잔데 말이에요.
구라 말도 잘 통하고, 의리 있고, 주위 사람들 잘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건방지다거나 그런 성향과는 거리가 정말 멀죠. 나름대로 센스 있게 잘 꾸미는 남자이기도 하고요. 무뚝뚝해 보이지만 또 여자친구한테 잘 해줄 성격이니까 빨리 좋은 여자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반장과 날라리로 처음 만나 인연을 쌓은 게 올해로 20년. 어려서부터 이어 온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었지만 같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보니 이제는 오랜 친구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됐다. 번듯하게 성공해 유명인이 됐지만 카드 훔쳐 결혼 선물 건네던 무명 시절의 기억을 공유했기에 이들의 우정은 화끈하고 끈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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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렬대한 위키 백과사전의 설명
Tracked from 정원이의 이모.저모 2007/11/19 16:51 삭제모 라디오를 듣다가 생각나서 위키백과에서 지상렬을 검색 해 보았습니다.그랬더니 나온 설명....지상렬(1970년 12월 26일 ~ )은 인천광역시 출신의 대한민국 희극인이다. 개그맨 김구라, 염경환과 함께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 동창이다.안습 안습이란 말은 한자로는 눈안(眼), 젖을 습(濕)자로 개그맨 지상렬이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딱하다는 의미로 '안구에 습기찬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 표현이 인터넷 상에서 쓰이면서 그 중 핵심적인 두 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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